예전 소실에서 나가토 유키가 보던 책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'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'(이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)를 구매하여 읽어보았습니다. 지난번 샀던 '유년기의 끝'처럼, 역시 애니 덕분에 소개받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^^;
개인적으로 6년 전 같은 작가의 '어둠의 저편'을 처음 읽었을 때, 두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서술에 혼란을 느낀 경험이 있었는데, 이 책이 이런 방식의 원점이었네요. (하드보일드 원더랜드 - 1985, 어둠의 저편 - 2005) 이번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덕분인지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.
본편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니 생략하고, 애니와의 관계만 조금 이야기해 본다면 기동전서 건담00가 유년기의 끝을 오마주 했듯이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도 어느 정도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신세를 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. 하루히 뿐만 아니라 환상세계/현실로 나뉜 CLANNAD와의 유사함도 떠올랐습니다.
구글신의 힘을 빌려보니 CLANNAD의 시나리오 라이터인 마에다 준씨는 고등학교 때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인생관이 바뀔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하네요. (일본 위키백과, 주석12 이후 부분) 비슷한 이유가 있었네요. 이외에도 세카이계의 뿌리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의견도 흥미로웠습니다.
옮긴이의 말에서 일본에서 이 소설을 해설한 단행본만 7~8권이라고 했듯이, 독자에게 고민을 많이 던져주는 책입니다.
다만, 제 머릿속에는 전망 좋은 방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요리를 열심히 하며 -쿨한 관계는 보너스- 맥주를 마시는 하루키 소설 특유의 주인공 라이프 스타일이 제일 깊게 남아있네요^^;;